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달부터 금 가격 급등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에는 트로이온스당 2,90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약 12% 상승했으며, 지난해에는 27% 상승했다. 많은 전략가들이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추가 상승을 예측하고 있다.

뉴욕은 선물 거래의 글로벌 허브인데, 이곳에서 금에 대한 수요가 너무 커지면서 물리적 금 시장이 형성된 런던의 금고에서 금괴를 꺼내오는 데 긴 대기 시간이 발생하고 있다.
금은 대중의 관심 속에서도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요일, 자신의 행정부 관리들이 재무부의 금 보유량 절반가량이 보관된 군사 기지 포트 녹스를 방문해 “금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이후 금이 존재한다고 확인했다.)
금은 전통적으로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며, 혼란의 시기에 투자자들이 찾는 대상이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미국 주식 시장은 계속해서 신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노동 시장도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금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및 추방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키고 지정학적 긴장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촉발되었습니다.“라고 스위스 은행 UBS의 원자재 분석가 지오반니 스타우노보는 말했다.
“다른 시장과 상관관계가 낮고 보험 자산으로 인식되는 자산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금이 이러한 목적에 “완벽한” 자산은 아니라고 했지만, 현재가 금을 보유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금 수요를 지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 가격 급등 원인 1: 다가오는 무역 전쟁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에 대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이는 글로벌 무역 규칙을 뒤흔들 수 있다. 최근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실시한 글로벌 펀드 매니저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발생할 경우 금이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대다수가 전망했다.
세계금위원회(World Gold Council)의 전략가 루이스 스트리트는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이 금의 강점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또한 금 수입에 직접적인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미국 내에서 금을 사들이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상품거래소(COMEX)의 금 보유량은 올해 초 이후 7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관세 우려가 UBS가 최근 금 가격 전망을 상향 조정한 이유 중 하나이다. UBS는 올해 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3,00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 가격 급등 원인 2: 대서양을 사이에 둔 금 수요 불균형
보통 뉴욕과 런던에서의 금 가격은 거의 비슷하지만, 최근 이 격차가 확대되었다. 뉴욕의 금 가격이 상당히 높아졌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인한 수요 증가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격 차이를 이용하려는 트레이더들이 런던에서 뉴욕으로 금을 옮기고 있다.
금은 무겁고 높은 보안이 필요하며, 통화·주식·채권과 달리 디지털 방식으로 쉽게 이동할 수 없는 자산이다. 이로 인해 영국의 금고, 특히 세계 최대 금 보유량 중 하나를 보유한 영란은행(Bank of England)에서 금을 반출하는 데 긴 대기 시간이 발생하고 있다. 영란은행의 부총재인 데이브 램즈던은 최근 금괴 운반 트럭이 은행의 금 보관소 앞에 주차돼 출근이 지연됐다고 말했지만, 런던에서 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는 우려는 일축하며 연말 이후 은행의 금 보유량이 약 2% 감소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또한 뉴욕의 금 창고는 특정 크기와 무게의 금괴만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런던에서 보내진 금은 먼저 스위스의 정제소로 보내져 녹인 후 소형 금괴로 재가공된 뒤 뉴욕으로 이동한다. 이로 인해 스위스의 대미(對美) 금 수출량은 1월에 190톤 이상으로 급증하며 12월 대비 3배 증가했다.
이처럼 금 이동 과정이 느리고 복잡하여 일시적인 병목 현상이 발생하면서 금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금위원회의 루이스 스트리트는 이를 “공급 부족이 아니라 단순한 물류 병목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금 가격 급등 원인 3: 탈 달러화 경향
최근 금 가격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금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상승해왔다. 이는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금 매입 덕분이다. 세계금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중앙은행들은 매년 1,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하고 있으며, 이는 “놀라운 속도”라고 평가된다.
이 같은 매입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금 가격에 상승 압력을 가할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중앙은행들의 금 수요를 이유로 금값 전망치를 올해 온스당 3,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일부 중앙은행들은 외환 보유액을 다각화하고 달러·미국 국채·외화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다.
폴란드 중앙은행은 최근 몇 년간 최대 금 매입국 중 하나이며, 금 보유량을 전체 외환보유액의 20%까지 늘릴 계획이다. 중국, 인도, 터키의 중앙은행도 주요 매입국으로 꼽힌다.
폴란드 중앙은행 총재인 아담 글라핀스키는 “금 보유량 증가는 폴란드 중앙은행의 위상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폴란드의 금융 안정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2022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 및 유로화 자산이 국제 금융 제재로 동결되면서, 금융 시스템이 무기화된 전례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
금 가격 급등
UBS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는 “이 사건은 일부 중앙은행과 정부에 ‘다음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들이면서 금 가격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